며칠 전 84세의 어르신이 목마름과 체중 감소, 전신 무력감으로 찾아왔는데 검사 결과 제2형 당뇨병이었다. 공복 혈당이 248mg% 로 높아 바로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할 상황이었다.
“의사 양반, 그럼 난 이제 평생 당뇨 약을 복용해야 하는거유...” 어르신의 질문에 난 한참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당뇨로 진단받으면, 나이에 관계없이 평생을 약물에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에 누구든 당황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인슐린과 같은 주사보다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복용약으로, 그리고 약 보다는 음식과 운동만으로 당뇨를 조절할 수 있지 않겠냐고 묻는다.
물론 가능하다. 인슐린을 맞다가도 생활 습관의 개선으로 약물 복용만으로도 혈당 조절이 잘 되기도 하고, 더 꾸준히 노력해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합병증 없이 당뇨를 관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생활 개선의 노력도 없이, 혹은 이미 췌장 손상으로 약물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약을 한번 복용하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잘못된 지식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고 합병증에 속수무책으로 방치된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 포도당을 에너지로 바꾸는데 필요한 호르몬이 바로 인슐린인데, 이 인슐린 작용에 문제가 생겨 포도당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당뇨병이다. 즉 혈액 속에 있는 포도당이 근육으로 들어가서 에너지로 사용돼야 하는데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아 포도당이 근육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에 그대로 남게 돼 혈당이 높아지고, 당뇨병이 생기는 것이다.
오랜기간 고혈당 상태가 유지되면 신체에서 여러 합병증이 발생한다. 가장 중요한 합병증은 뇌졸중과 심근경색증, 협심증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고, 이 심혈관계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혈당 조절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다른 합병증인 투석과 같은 신장 질환과 망막병증 역시 미세혈관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모든 합병증이 혈관의 문제인 것이다.
그간 수많은 당뇨병 치료제가 개발되고, 치료 방법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지만 24시간 내내 정상 혈당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과체중, 과로 등 생활 습관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즉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인해 당뇨병이 발병하고 악화한다. 그래서 생활 습관을 지혜롭게 바꾸면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생활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과 함께 당뇨 약제를 잘 선택하고, 혈당을 정상범위로 유지하면 합병증 예방 뿐만 아니라 더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즉 제목대로 당뇨병과 함께 즐거운 인생을 살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당뇨병을 진단받으면 당장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특효약은 있는지 등을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당뇨병에 좋은 혹은 당뇨병을 완치시킬 수 있는 특별한 약과 음식은 없다. 다만 나에게 알맞은 치료를 선택해 꾸준히 복용하면서 운동과 식이 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당뇨 치료의 기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48세 외과 의사인데 당뇨병 진단을 받고 약물 복용과 함께 식사량을 줄이고 하루 30분씩 꾸준한 운동으로 6개월 만에 뱃살이 2인치나 줄고 정상 혈당을 유지하면서 몸 상태가 한결 좋아졌다. 물론 아직 약을 중단할 정도는 아니고 어쩌면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할 상황이지만 치료 전에 비해 몸이 가벼워지고 주변 지인들도 건강하게 변한 몸 상태에 놀랐다고 한다.
즉, 당뇨약을 복용하고 있지만(어떤 경우는 인슐린을 맞고 있지만)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당뇨 치료라는 목적에만 국한되지 않고 내 인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 즐거운 삶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 당뇨 진단을 받은 84세 어르신의 “평생 약을 먹어야 하나” 하는 고민에 대한 답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당뇨로 진단받으면, 본인에 맞는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이 인슐린 주사이든 약물 복용이든, 혹은 식이나 운동이든 꾸준히 혈당을 조절하면 당뇨병 관리는 물론 점점 건강해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당뇨병과 함께 즐거운 인생이다.